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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세상이야기

눈과 빛

"눈은 빛 덕분에 존재한다. 그 자체로는 아무 것도 아닌, 그저 동물의 신체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이 빛을 만나 빛과 같은 신체기관이 된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섹체론' 서론이다. 

 

"좀 더 빛을..."달라 유언한 대문호다운 규정이다. 

 

그는 입체파나 미래파보다 인상주의 화가들처럼 빛깔 그 자체에 천착했다. 물론 단순히 '눈과 빛'이라는 존재양태를 말한 것은 아니다.

 

격물치지- 저마다 심중의 빛을 밝히고 외부의 사물을 보라는 뜻이다. 해서 '빛을 받은 눈이 빛을 발산하는 것이다'고 정언했다.

 

놀랍게도 bc 4세기경에 이런 류의 사고를 한 현자가 있다. 바로 혜시로 그는 '눈은 사물을 보지 못 한다'고 확언했다. 언뜻 '닭의 다리는 세 개다'나, '불은 뜨겁지 않다'처럼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가만히 숙고해보면 웃음이 나온다. 장자는 이런 혜시를 변설이라며 비판 절하했다. 삭발한 지 사흘째. 어제는 달 밝은 음력 보름이니 입주하자는 문자가 왔다.

 

분명 빡빡머릴 소문 들었을 터 모양새가 어떤지 궁금한 뜻이 앞섰을 것이다. 아무튼 약속 장소로 가면서 양달과 음달을 오가자니 머리의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그늘에 들면 그리 시원할 수 없는데 양지로 가면 뜨끈했다. 거참- 그 동안 내가 해를 잊고 지냈구나. 거침없는ㅌ 햇살은 나의 정수리를 쓰담쓰담하며 머릿속을 선연하게 만들었다.

 

혜시가 백 번 옳다. 뜨거운 것은 사람의 감각이지 그 불 자체가 뜨겁지는 않고, 관념 속의 '다리'가 상정되어야 하니 현상적인 닭의 다리는 세 개가 된다.

 

무명의 이승에서 유일한 빛인 해 바투 이고 다니니 참 좋다.

 

- 어중간 중장 김래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