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흥타임즈 = 조수제 기자] 광명영화인협회 나기수 회장이 영화 '출근'으로 2025 양주배리어프리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반세기 가까운 연기 인생에서 처음으로 올라선 ‘주연상’의 자리. 소리 없이 길게 연기를 이어온 한 배우의 뚝심과 진정성이 드디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그의 연기를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관계의 본질을 섬세한 표정과 호흡으로 완성해 낸 연기”라고 평했다. 격한 폭발 대신 깊은 침잠으로 감정을 끌어올리는, 베테랑의 숨결이었다.
■ 부부 갈등 너머의 이야기… ‘동행’의 무게를 담아낸 연기
영화 '출근'은 퇴직 후 삶의 균형을 잃은 한 중년 남성이 아내와 갈등을 겪는 과정에서 다시 관계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겉으로는 사소한 다툼, 그러나 그 속에 누적된 세월의 온도와 침묵의 무게가 응축돼 있는 작품이다.
나기수 회장은 이 작품의 연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요란한 감정 폭발이 없는 대신, 억눌린 감정의 깊이를 표현해야 했습니다. 관객들이 ‘저 모습 어딘가 내 이야기 같다’고 느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는 퇴직한 가장의 흔들림, 배우자의 눈빛 속에서 느껴지는 외로움, 그리고 다시 걸음을 맞추려는 부부의 진심을 차분하면서도 날카로운 감정선으로 그려냈다.
관객은 그의 표정 하나, 숨결 하나에서 ‘누구나 겪지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중년의 풍경을 보았을 것이다.
■ 작품성도 인정… 시청자미디어 대상 ‘장려상’ 수상
'출근'은 이번 영화제뿐 아니라 2025 시청자미디어 대상에서 700여 편 중 장려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치밀한 구성과 절제된 연출, 배우들의 현실감 넘치는 연기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촬영 현장을 누구보다 잘 기억하고 있는 감독은 “그는 현장에서 가장 먼저 오고 가장 늦게 떠나는 배우였습니다.
나기수 선배의 집중력과 진정성이 작품의 감정선을 완성해 줬습니다.”
■ 1973년 데뷔한 배우, 50년 만에 ‘첫 남우주연상’의 무게
1973년 영화 '사나이 빨간마후라'로 데뷔한 나기수 회장은 반세기 동안 다양한 캐릭터를 오가며 충무로와 방송계를 오갔다.
1977년 '미스 양의 모험'으로 무궁화대상 신인상을, 1985년 '화녀촌'으로 대종상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최근에도 2019년 웹드라마 인연으로 서울국제웹드라마영화제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정작 남우주연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수상 직후 울컥한 감정을 숨기지 못하며 말했다. “배우 생활 반세기 동안 조연으로, 단역으로, 때로는 스태프로도 버티며 살아왔습니다. 이번 주연상은 저에게 ‘계속 가라’고 말해주는 응원 같습니다.”
이 말은 화려한 영광의 순간보다 긴 시간 동안 흔들리지 않고 버텨 온 배우의 마음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 광명 영화문화의 버팀목… “이젠 지역 영화 생태계를 위해”
현재 나 회장은 광명영화인협회장으로 활동하며 지역 영화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단순히 작품을 찍는 배우가 아니라, 지역 안에서 창작자들을 연결하고 키우는 ‘영화문화 플랫폼’ 역할까지 자처하고 있다.
그는 “광명에서 가능성 있는 젊은 창작자들을 많이 발굴하고, 그들의 길을 조금이라도 넓혀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는 선언이 아니라, 이미 수년째 실천해 온 사람의 다짐이다.
광명 문화예술계에서도 그의 수상을 지역 영화 발전의 의미 있는 신호로 평가하며, 앞으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더 천천히, 그러나 더 멀리… 나기수, 다시 걷는 배우의 길
데뷔 50년 만에 도착한 주연상의 트로피는 어쩌면 늦은 선물일지 모른다. 그러나 나기수의 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광명의 예술 현장에서, 또 다른 스크린 앞에서 그는 계속 새로운 페이지를 써 내려가고 있다. “꿈은 꿈꾸는 자만이 이루는 법이죠. 저는 이제 다음 꿈을 꾸려고 합니다.”
그 말 뒤에 이어진 미소는 한때 청년 배우였던 나기수가 아니라, 지금도 현역인 ‘현재 진행형 배우’ 나기수의 미소였다.










